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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시민(2009): 법이 선량한 피해자를 위로할 수 있는가?

탓치 2009. 12. 25. 23:55
제라드 버틀러가 돌아왔습니다.

미국에서 처음 개봉한 주부터 Box office 2위를 차지하고, 5주 동안 꾸준히 10위 권을 지켜온 영화답게 영화는 관객에게 끊임없는 긴장감을 제공합니다. <300>에서 This is Sparta!를 외치던 근육남 제라드 버틀러는 눈빛을 시종일관 내뿜으며 세상에 일갈했습니다. 그의 포효는 언제나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낮고 중후한 목소리 때문일까요. 또한 줄리어드스쿨 음대를 졸업했다는 제이미 폭스의 연기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딱히 그의 영화를 본 적이 없기도 하고, 사실 그렇게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주진 못해서인지, 그리 기억에 남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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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Box Office 기준

솔직히 말해 저는 이 영화에 그리 후한 점수를 주지 못하겠습니다. 아니 오히려 보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통쾌한 복수가 시작된다고 선전한 이 영화는, 결국 관객들에게 찝찝한 잔여물만을 남겨두고 떠나갔습니다. 액션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The Rock>에서처럼, 사법 거래가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스토리 상의 도구'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한 가장의 복수가 시작되게끔 하는 부싯돌'로 작용했기 때문이지요.

담당검사 닉으로 열연한 제이미 폭스의 선택, 사법 거래는 추후 복수극의 중요 키워드로 활약합니다. '만일 당신이 범죄자와 타협을 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워주었고, 그리고 만일 그 결과가 석방으로 이어졌다면, 나는 깨끗이 인정하고 물러섰을 것이다.'라는 제라드 형님의 말씀이 영화 중간에 나옵니다. 결국 이 가장은 눈 앞에서 처참하게 살해된 가족의 살인범과 거래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든 현 사법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세상에 외치기 위해 그 모든 범행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법정을 능욕하고, 재판장을 살해하고, 닉의 동료들과 천부 인권이라는 변호권을 지키기 위해 살인자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까지 살해한 클라이드의 행동은 과연 옳은 것일까요? 범죄자의 인권과, 피해자와 남은 가족들의 고통 사이에서 저울질 해야하는 현재 사회 모습에 안타깝습니다. 만일 제 가족이나, 지인이 범죄에 희생되었고, 그 광경을 제가 목격했다면 저도 참을 수 없는 분노에 몸을 떨었겠죠. 눈을 가리고 죄를 저울질하는 법의 여신이 매우 원망스러울 것입니다. 사실, 어떤 결론도 짓지 못하겠네요. 역시 이런 논제 앞에서는 비겁하게 뒷걸음질치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저의 비겁함을 탓하기에 앞서, 영화의 화법에서 그 원인을 찾아보죠. 영화를 보신 분들을 아시겠지만, 스토리 작가는 클라이드가 암살 계획의 천재라는 설정을 끌어옵니다. 사실 이런 설정이 아니라면 감옥에 갇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곳곳에서 혼란을 일으키는 모습을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만일 그가 10년 동안 발명가로써, 그리고 전략가로써 여러 일들을 처리하였고, 그 와중에 '자기 사람'을 만들어서 사법 제도에 대한 복수극을 돕게 했다면, 정말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쉬워집니다. 하지만 통쾌한 복수극과 스릴러적 범죄영화 사이에서 갈등하던 이 영화는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영화로 전락합니다.

만일 불법적 사법 거래를 비판하고자 했다면 (현실에 눈을 감고 맹목적으로 피해자만을 편든다고 비난을 받더라도) 주인공은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을 끝까지 고수했어야 했습니다. 클라이드는 갑자기 전문가의 색을 띠더니, 테러리스트가 되어버립니다. 지하도에서 '정보원'을 만나 클라이드의 화려한 이력을 관객에게 '설명하는' 어이없는 장면까지.. 상당히 안타까운 설정입니다. 그리고 만일 범죄에 범죄로 복수하는, 아예 액션만을 보여주고자 했다면 이것저것 복잡한 설정없이 클라이드가 이끄는 팀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옳았습니다. 손만 갑자기 등장하여 닉의 상사를 살해하는 정체불명의 인물과, 굴을 파는 것을 도왔던 사람들 모두를 유형화했어야 좀더 설득력있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복수 와중에 딸이 만들어 준 'Father' 팔찌를 만지작 거리고, 죄없는 사람들의 죽음에 미안하다는 듯이 눈을 내리깔아도 복수는 복수입니다. 그런 모습들에선 복수를 위해 사람들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안타까움은 전혀 읽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말의 양심에 괴로워하는 비겁함만이 읽혔죠.

이것저것 많이 아쉬웠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으니 (한국에선 box office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지요) 이정도로 만족해야겠습니다.


Jamie Foxx ... Nick Rice

Gerard Butler ... Clyde Shel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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