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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맨: Yes를 말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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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맨: Yes를 말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화.

탓치 2009. 12. 31. 18:19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냉소를 행동의 근간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냉소는 사물, 사람, 현상에 대한 반응입니다. 냉소적인 반응은 게으름을 낳고 멀리함을 부추기죠. 오늘 이야기해볼 <Yes Man>은 자기 둘레에 벽을 쌓아놓고 변명으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의 변신을 다루고 있습니다.

언제나 '아니오' '됐습니다' '괜찮아요' '바빠요' '싫어요' '좋은 생각이지만 사양하겠습니다'를 외치는 당신에게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

0. 감독

 감독: Peyton Reed Yes Man (2008), The Break-Up (2006), Bring It On (2000)

 1. 주인공: 짐 캐리(Jim Carrey)

짐캐리

'Number 23'에서의 강렬한 모습.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죠, 그에게선.



짐 캐리는 <마스크> 때부터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마스크(1994)>, <덤 앤 더머(1994)>로 주목을 받더니 (전 그 때 꼬꼬마였죠) <라이어라이어(1997)>에 이은 <트루먼 쇼(1998)>에서 대박을 터뜨렸죠. <트루먼 쇼>는 짐 캐리에게 1999년 56회 골든 글러브 상 -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선사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 해 드라마 부문 작품상에도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스필버그 아저씨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와의 경쟁에서 지고 말았습니다.

덧)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1998)> <미녀 삼총사(2000)> <바닐라 스카이(2001)> 등으로 유명한 카메론 디아즈는 <마스크>로 데뷔했답니다. 요즘엔 뭐하나 몰라요?

 

마스크(1994)

 

덤 앤 더머(1994)

 

라이어라이어(1997)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그의 턱과 눈은 다채로운 얼굴 표정을 표현하기 딱이죠. 부던한 연습의 결과이겠지만 그는 무언가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쾌함이 있습니다. 아, 그렇다고 <이터널 선샤인(2005)>에서 보여주었던 감정 표현을 잊은 건 아닙니다. 이렇다할 사랑을 아직 겪어보지 못한 저에게도 조엘의 그렁그렁한 눈빛과 일그러진 웃음은 큰 슬픔을 선사해 주었으니 말이죠.

 

트루먼 쇼(1998)

 

맨 온더 문(1999)

 

브루스 올 마이티(2003)


돌이켜 보건데, 이미 그는 <트루먼 쇼>와 <맨 온더 문>부터 조금씩 그만의 코드를 잡아나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스크>에서 특유의 표정이 개그로서 폭발하고, <라이어라이어>에서는 다소 억지로 교훈을 던져주려 했다면, 그 뒤의 영화들은 코미디와 맛깔나는 인생 얘기가 잘 버무러진 느낌입니다. <맨 온더 문>은 '코미디언'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음에도 전혀 가볍지 않으니 '짐 캐리의 코미디 연기'를 기대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터널 선샤인(2005)

 

넘버 23(2007)

 

예스 맨(2008)


그런데 갑자기 2002년 들어 <마제스틱>에서 '진지한 모습도 어울리는구나'라는 호평을 듣더니, 2005년, 2007년에 (그 사이에 딴 영화도 찍었지만 일단은) 이어서 두 영화를 땅땅 터뜨립니다. <이터널 선샤인>과 <넘버 23>입니다. 다른 영화에서 짐 캐리의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나갔다면, <이터널 선샤인>은 여자 주인공과의 교감을, 사랑을, 눈빛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선택을 뒤늦게 후회하며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모습은, 남자 그 자체였죠. <넘버 23>은 포스터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이, 한 인물의 편집증세를 탄탄한 연기력으로 보여줍니다. 만일 '내가 무지 나쁜 놈이었는데 기억을 잃었다. 그렇게 살다가 어느 날 기억을 되찾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을 한 번이라도 가져보신 분들에겐 강추입니다. 아, 제가 스포를 했나요?

자, 이제 오늘의 영화 <예스 맨(2008)>입니다. 올해 <크리스마스 캐롤>은 보지 않았으니 제가 기억하는 그의 최근작이 되겠군요. 작년에 한창 '정준하 씨는 어때요?'라는 광고가 퍼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실제 영화에서는 '청주 날씨는 어때요?'라는 문장이었지만, 뭐 어때요? 마케팅이 다 그렇죠.

그나저나, 프로필 상의 짐 캐리는 키가 188cm 랍니다. 응? 거인이네요?

 2. 방콕에 대한 단상 -노 맨이 예스 맨이 되기까지

<Yes Man>에서의 짐 캐리는 (재미없는 사람들이 모여있기로 유명한 공대, 은행 중 하나인) 은행원입니다. 언제나 No를 외치는 그는 새로움에 담을 쌓고, 그나마 있는 친구들과의 약속 마저도 이런저런 핑계로 피하는 전형적인 방콕형 인간입니다. 그래도 일본에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보다는 낫네요. 남들 보기에 번듯한 직장은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방콕만큼 쉬운 것이 없습니다. DVD 플레이어는 내가 트렁크 팬티만을 입고 있는다고 화내지도 않고, 처음 만난지 - 처음 산지 - 1년 째 되는 날에 작고 비싼 것을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짐 캐리는 그렇게 <Saw 1>의 발목과 <300>의 복근을 감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죠.

사실 짐 캐리는 이미 끼가 넘치는 사람입니다. 방콕만 할 줄 아는 남자지만, 술집에서, 길 가에서 'No'를 말할 때 언뜻 비치는 익살스러움은 감추기 어렵더군요. 아무리 Yes Seminar에서 큰 감명을 받고 가슴 속에 서약을 품게 되었다고 해도, 갑자기 사람이 그렇게 긍정적으로 활동적으로 변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결국 그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에스 맨이 되기 위한.

짐 캐리 영화가 대부분 (다는 아닙니다) 그렇듯, <예스 맨은> 시작은 코미디로, 끝은 인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이 영화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언제나 No 만을 외치던 사람이 Yes만을 말하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그 행동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여기서 깨달음을 얻어 진정한 예스 맨이 된다.'는 스토리입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딱 이만큼의 내용이죠. 하지만 이런 진부할 수 있는 내용을 '재미있게' 만든 주역은 물론 짐 캐리입니다. 그의 영향력은 너무나 커서 사실 극중 모든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아, 그래도 여주인공 조이 데샤넬(Zooey Deschanel)은 너무나 예뻤습니다. 엉엉. 신인인가요?

가끔 '진심'과 '나 자신에 의한 강요'를 헛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진심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아니면 주위의 시선과 인간미에 대한 욕심, 혹은 나 자신이 상정한 이상적인 인물상에 의한 무언의 압박으로 그 일을 놓지 못하고 있는 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예스 맨>은 이런 고뇌에 대한 답을 살짝 보여줍니다. 어떤 서약이 아닌, 진심을 좇을 때 진정한 예스 맨이 된다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행동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단순한 것에서부터 우리의 진심을 담는 노력을 지금 바로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3. 총평

짐 캐리의 필모그래피를 훑고, 잠깐 영화에 대해 읊고 나니 어느새 총평이군요. 일상에 지친 당신에게 별 다섯 개 짜리 영화를 드립니다. 하나 주의사항을 알려드리자면, 인생이 너무나 재밌고 익사이팅하다면 보지 마세요. 이래저래 어이없는 한 남자의 활보극으로 비춰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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