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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아바타 옹호는 이제 그만

건강한 탓치 2010. 2. 7. 17:50

일본 산케이 신문에 영화 <식객2> 제작진이 올린 광고[각주:1]가 있습니다. 양두구육이란 말까지 써가며 비빔밥을 폄하했던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지국장의 언행[각주:2]에 대한 보복 차원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이 기사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식객2 제작진에선 아마 구로다에게 감사하고 있지 않을까하는 의심이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고운 시선은 아니죠. 오해할까 싶어 덧붙이는 말이지만, 저도 광고 자체는 대환영입니다. 김장훈의 독도 광고, 무한도전의 비빕밥 광고에 이어 한국 광고 랠리자체는 한국 이미지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애국심을 중시하는 나라도 드무니만큼, 일본에 대한 반감을 십분 이용하면 영화 홍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적인 생각이 정말 하나도 없었을까요. 식객2의 소재가 김치인 데다 구로다가 한국 음식을 열심히 비하해주었으니, 식객2는 이거다, 싶었을 겁니다. 한국을 알리고픈 대한민국 국민으로써의 애국심과, 영화를 알리고픈 제작진으로써의 생각이 절묘하게 일치한 덕에 이런 '기특한' 광고를 낼 수 있었겠죠.


특히나 우리나라에는 애국심이 곁들여진 영화가 많습니다. <우생시>도 그렇고, <국가대표>도 그렇습니다. 이 영화들은 기본 이상의 관객 몰이는 했습니다. <국가대표>와 같은 경우는 8억원이 들어가 40~50%의 수익을 올려 최근 3년간 2위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제 애국과는 관련이 없을 듯 했던 영화 <식객2>까지 애국심이란 밥상에 숱가락을 올려놓았으니, 기본 이상의 이득은 볼 것입니다. 왜냐구요? 이런 영화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팔리기 때문입니다.


1. 우리나라 영화에 대한 아쉬움

영화 얘기가 나왔으니만큼, 평소에 우리나라 영화에 대한 생각을 조금 적어볼까 합니다. 한반도 국민은 한이 어린 민족이라 그런지 그 옛날 아리랑부터 슬픔이 뚝뚝 뭍어나는 문화가 많았고, 이런 민족 성향은 지금까지 이어져와, 한국 영화계는 슬픈 영화 하나만큼은 잘 만드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찝찝한 것이, 그런 영화를 보고나면 슬픔, 그 너머가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영화관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뒤에선 코푸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데, 영화관을 나서면 남는 게 없는거죠. 그나마 <국가대표>는 '11번가'가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이벤트 수익금을 모두 전달하는 등, 영화 외적으로 발전적인 영향을 끼쳤네요.

<킹콩을 들다>에서 가난한 학생들을 모아 운동을 시키는 전직 국가대표 역도선수는, 결국 죽음으로 애들에게 생채기를 남기고 떠납니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보단, 아이들을 위해 발버둥쳤던 한 선생의 죽음이 더 길게 남는 것은 영화의 주된 초점이 비주류 운동에 대한 안타까움보단 학생과 선생의 정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익 창출을 위한 영화이니만큼 이런 것이 더 먹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한 차원 높은 문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감정 소모 이상의 대상은 되지 못했습니다.


2. 아바타 열풍의 그늘


<아바타> 열풍도 사실  합니다. 김수현 작가가 트위터에 '아바타도 별거 없더라. 3D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스토리가 없으면 되겠느냐. 이런 식의 열광이라니, 헐. 난 잘 모르겠네'란 논지로 글을 올렸더니 아바타 관람자들, 물고 뜯고 난리도 아닙니다. 할머니 노망나셨네, 부터 시작해서 막장드라마나 쓰는 사람이 할 소리가 아니다, 이번에 새로 드라마 찍더니 관심받고 싶었나보다 등 비난에 가까운 글이 난무하고 있죠.

애초에 이렇게 쉽게 달아오르고 한 이슈를 좇는 현상은 우리국민의 냄비근성이라 해서 비판을 받아왔다는 건 잊었나봅니다. 혹자는 이렇게 달아오른 관심이 어느 순간 언제그랬냐는 듯 확 꺼져버리는 것이 문제라고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인간의 관심이 어찌 그렇게 오래 가겠습니까. 이슈 자체는 결국엔 잊혀지는 게 당연합니다. 제 생각엔 이렇게 한 이슈에 우우 몰리는 경향이 더 큰 문제입니다. 지금이 7~80%가 넘는 시청률이 나오는 시대도 아닌데, 이상하게 영화에 대해서만큼은 (요즘은 IT도 이런 경향이 보이더군요) 주류가 확연히 차이납니다.

예전 매스미디어 시대에는 사람들의 선택의 폭이 좁았으니 한정된 소재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신화적 존재죠. 하지만 만일 그가 21세기에 살았다면 그와 같은 성공은 힘들었을 겁니다. 이제는 사람마다 나름대로의 원하는 이미지가 있고, 마이클 잭슨이 그 모든 것을 만족할 순 없으니까요.

저도 물론 아바타를 봤습니다. 제 친구도 아바타를 봤구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제 친구의 누나들도 봤을 겁니다. 제임스 카메룬의 이름과 3D의 놀라움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기 충분했죠. 하지만 그 기술의 이면엔 단순하기 그지 없는 스토리와, 인종 차별 논란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3D 기술을 진일보 시켰으니 그런 것들에는 눈가려도 된다는 식으로 아바타를 옹호합니다.

여자 친구와 영화를 보고 난 뒤 여자 친구가 영화에 혹평을 하면, 남자 친구는 자신이 감독이 된 양 영화를 옹호하기 바쁘다는 거, 모두 경험으로 알고 있을 겁니다. 이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믿음과,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는 보호 심리 때문입니다. 경제학에서도 사람들이 이미 산 물건에 대해서는 좋은 평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하죠. 하지만 아바타에 대한 열광은 이런 보호심리와는 차원이 다르게 강력합니다.

아바타 영화리뷰에도 썼지만 이렇게 재밌는 영화를 두고 '이것이 아쉽다' '저것이 아쉽다'하며 재미없는 소리만 늘어놓는 어른은 되기 싫습니다. 하지만 정당한 비판과 근거 있는 의견을 깔아뭉게는 짓은 더더욱 하기 싫습니다. 김수현 작가의 의중이 어떠했는 지는 몰라도 저는 그 분의 의견에 일정부분 동의합니다. 지난 번 루저 열풍 때 지나친 비판은 좋지 않다란 손석희 교수의 발언을 '손석희, "나도 루저"'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게재했던 개념없는 기자와 같은 행동은 이제 지양해야 되지 않을까요?

  1. ‘한국인의 맛, 한국인의 스토리’ ‘밥은 봄처럼, 국은 여름처럼, 장은 가을처럼, 술은 겨울처럼 그리고 김치는 어머니처럼’이라는 카피가 인쇄돼 있다. [본문으로]
  2. 지난해 12월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신문 칼럼을 통해 “숟가락으로 밥과 야채를 뒤섞어 질겅질겅 돼 버린 정체불명의 음식이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실속은 별로 없다. 비빔밥을 먹으러 간 미국인이 ‘양두구육’에 놀라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비빔밥을 폄훼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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