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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딸 콤플렉스: 착한 딸에 목매는 그녀들을 위해

탓치 2010. 1. 31. 23:50
이번 시간에 리뷰할 책은 <착한 딸 콤플렉스>입니다.

<착한 딸 콤플렉스>는 30년간 프레데부르크 중독 치료 병원에서 임상 경험을 쌓은 전문 심리 치료사, '하인즈 피터 로어'라는 전문 심리 치료사가 쓴 책입니다. 그가 '중독 치료 병원'에서 일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무언가에 목매고 보아야할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치료서라는 예감이 드네요. 그리고 이 예감은 이윽고 사실로 판명됩니다. 거위 치는 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동원하여 그는 '희생자 콤플렉스'에 '중독'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그럼 여기서, 희생자 콤플렉스란 무엇일까요? <착한 딸 콤플렉스>의 책소개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다음과 같은 문구가 들어가 있습니다. ‘희생자 콤플렉스’에 중독되어 일생을 자신의 눈이 아닌 타인의 눈에 맞춰 살아가는 의존형 인간'... 결국 타인에게 (이 책은 부모와 자식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과도하게 의지하고, 자신의 의지로 두 발 딛고 서지 못하는 이들의 행동이 희생자 콤플렉스와 연관되어 있다는 거겠죠. 하지만 저자는 부모 자식간의 의존관계와 그 이유를 행동별로 꼼꼼히 살펴보는데 집중한 나머지 희생자 콤플렉스가 정확히 무언지 독자에게 친절히 설명하는 걸 잊은 듯 합니다. 결국 이해는 우리 독자의 몫이겠죠.

사실 30년씩이나 의존 중독 환자[각주:1]들을 대해왔다는 의사치고는 그다지 흥미로운 예를 보여주지 못합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나 <자기관리론>이 그 숱한 자기관리서들이 출간되는 중에도 지금까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정말 다양하고 실제적인 예의 활용이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그가 강연을 하고, 카네기 연구소에서 상담을 하며 수집했던 자료들과, 카네기의 도움으로 인생의 전환을 겪은 이들의 편지를 예시로 삼아 설득력있는 주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죠.

사실 책을 읽기 전에 책 날개에 적힌 저자에 대한 내용을 보는 것이 습관인지라, <착한 딸 콤플렉스>를 읽기 전에도 '하인즈 피터 로어'에 대해서 자세히 읽었더랬죠. 그래서 30년 씩이나 상담을 해왔다면, 분명히 수집한 자료도 많을 것이고, 도대체 '착한 딸 콤플렉스'가 뭔지 보여줄 다양한 (국적/성별/나이/상황을 불문하고) 예시를 제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아, 하지만 이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죠. 오히려 그는 우리나라로 치면 전래 동화 쯤 되는 '거위치는 소녀'를 끌어다 전개에 활용합니다.

세부적인 부분에서 무언가 끼워맞추는 듯한 인상도 들고 사실 제가 그리 '착한 아들'이 아닌 탓에 (책에 따르면 의존형 인간이 아닌 것이니 기뻐해야 하는 걸까요) 책의 주장이 쉽게 이해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을 위해'란 책은 분명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나를 고치고자 하는 개선의 의지가 일어나야 일차적인 용도를 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 애초에 그런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이 책은 주인을 잘못 만난 것이겠죠. 그래도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구나라는 간접 경험에 대한 욕구마저 빈약한 사례들로 인해 충족되지 못한 것 같아 기분이 찝찝합니다.

그래도 만일 부모님의 그림자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는 분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는 무책임한 한 줄을 남겨봅니다.


  1. 저는 정신병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환자'라는 이름을 붙이는 데 사실 부정적입니다. 그보다는 상담자라는 명칭이 훨씬 긍정적이죠. 현대 들어 정신병 환자들이 악마에 씌이거나, 몹쓸 전염병에 걸린 것이 아닌 치료 가능한 병을 앓고 있다, 라는 의식의 전환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매우 바람직한 변화입니다. 하지만 정신에 대한 치료가 외과나 내과 치료의 위치까지 올라오기까지, 현대인의 불안감을 이용해 온 것이 문제입니다. 조금만 불안해도 우울증인지 의심하고, 감정의 변화가 조금만 심해도 조울증이라고 의심하는 세상. 자신이 정신병을 앓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안고 산다면, 없던 정신병도 생기겠네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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